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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생활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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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신라면'의 브랜드 파워, 어떻게 생겼나?
[일본속 신토불이 6] 치밀한 마케팅과 영업전략으로 매운 맛 라면시장 No1.
도쿄에 몇년째 살고 있는 사람들은 아마 한두번은 봤을 것이다. 신라면의 빨간색으로 도배된 트럭과 버스를. 아니 오래살지 않아도 된다. 도쿄 하네다 공항에 내린 관광객들은 빨간색 신라면 로고가 찍혀있는 카트를 가장 먼저 목격한다.

진로재팬이 유니크한 이미지 CF을 중심으로 TV 위주의 정규군적 광고전략을 선보였다면, 농심재팬의 신라면 광고마케팅은 지극히 게릴라적이다.

신라면은 올해 여름도 어김없이 쇼난 에노시마 해수욕장을 점령했고, 가을에는 시부야 스크램블 교차로를 정벌하려 한다.
 
이런 게릴라적 광고전략과 빨간색의 신라면은 그것을 직접 체험한 사람들의 뇌리에 선연히 남게 된다. 눈에 보이지 않는 폭격보다 실제 눈앞에 나타난 게릴라들이 평생 기억속에 남는 법이다.

▲ 도쿄 도라노몬에 위치한 주식회사 농심재팬 사무실. 입구의 거대한 '신컵'이 인상적이다  ©이승열/JPNews

캐치프레이즈도 상당히 함축적이고 알기 쉽다. '맵고 맛있는 한국 본고장의 라면'.
 
이 간명한 문구에 모든 것이 다 들어가 있다. 또한 이 카피에는 농심재팬의 전략도 들어가 있다. 농심은 도요타나 소니처럼 회사이름(메이커)을 내걸지 않는다. 심하게 말하자면 농심재팬은 소비자들에게 기억되지 않아도 된다.

그렇다. 그들은 오직 빨간색깔의 '신라면'이라는 브랜드에 모든 것을 걸었다.

실제로 빨간색으로 도배된 농심재팬의 홈페이지에서 '농심'이라는 단어는 눈에 잘 띄지 않는다. 대신 대문짝만하게 박은 '신(辛)'은 홈페이지 화면 정중앙에 위치한다. 그리고 '우마카라'(うまからっ)라는, 맛있다는 뜻의 '우마이'(美味い)와 맵다는 의미의 '카라이'(辛い)를 조합시킨 조어를 옆에 박았다.

신주쿠와 시부야 거리를 휘저었던 신라면 트레일러 트럭과 신라면 논스텝 버스 역시 철저하게 '신라면'을 강조하고 있다. 농심재팬의 이용재(48) 영업부장 역시 JPNews 취재팀을 만나자 마자 "농심이 중요한게 아니라 신라면이 중요하다"며 운을 뗀다.

"지금은 농심보다 신라면이 더 알려져 있습니다. 신라면이 미국, 중국, 일본등 70여개국에 수출되는데, 여기서 또 다른 나라로 수출되고 하니까 거의 전세계에 퍼져있다고 보면 됩니다. 제가 원래 해외담당인데 남태평양의 파푸아뉴기니 같은 곳은 아예 라면을 만들지 않아요. 제조공장이 없는거죠. 이런 나라에까지 우리 신라면이 들어가 있는 거죠"

신라면은 88년 서울올림픽 붐을 타고 처음으로 일본시장에 노크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일본의 식품위생첨가물 관리규정은 까다롭기 짝이 없다. 신라면은 다른 인스턴트 라면이 부딪혔던 첨가물 규정은 돌파했지만, 일본의 높은 프라이드와 높디 높은 허들 앞에서 좌절을 경험했다.

'프라이드'는, 물론 라면의 종주국이라는 자존심이었고 '허들'은 아예 매운 맛 시장 자체가 거의 형성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포기할 수 없었다고, 이용재 부장은 말한다. 그 안에는 지금이라면 아마 통용되지 않을 재팬드림과 도전정신이라는 다소 감성적인 수사가 들어간다. 

"88년도 올림픽 붐이 한번 있었고, 2000년 들어서 한일월드컵이 있었고, 욘사마 붐, 한국식품 붐이 있었죠. 처음에는 사실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일본이 라면종주국이니까. 여기서 우리 신라면이 성공하고 정착하면 그것이 가지는 의의는 이루 말할 수가 없지요. 제품 품질, 관리, 공정, 소비자들의 입맛, 영업, 유통망등 세계적으로도 가장 까다로운 나라가 일본이니까. 그러니까 그때는 일본이라는 벽만 넘어서면 전세계 다 통하겠구나 라는 생각이 든거죠. 그래 한번 해보자라는 도전의식이라고 할까요?"

▲ 신라면 하나로 밀어부친 농심재팬의 뚝심. 브랜드의 가치란 뚝심에서 비롯된다   © 이승열/JPNews
 
이런 도전의식의 밑바탕에는 한국식 매운 맛에 대한 자신감이 깔려 있었다고 한다. '매운 맛 시장이 없다면 매운 맛 시장을 만들면 된다'라는, 어떻게 보면 상당히 무모한 도전이다.
 
당시 인스턴트 라면시장에서 매운 맛의 퍼센테이지는 1% 미만이었고, 바이어들의 신라면에 대한 평판이 나빴다. 한가닥 먹고선 '이게 뭐야!'라며 버린 바이어들도 있었다. 게다가 신라면은 다른 일본라면과 달리 결정적인 문제를 지니고 있었다.

"신라면이 일본라면과 비교했을 때 많이 다르거든요. 봉지라면 같은 경우는 면도 다르고 스프맛도 다르고 아니 아예 끓이는 방식이 달라요. 일본의 봉지라면은 면을 익힌 후에 따로 떼어놓고 나중에 스프를 넣습니다.
 
하지만 잘 아시다시피 우리는 면과 스프를 같이 넣잖아요? 일본식이 아닌거죠. 면에 스프맛이 들어가면서 쫄깃쫄깃해지고 깊은 매운 맛도 내고, 다른 파, 양파, 계란도 어레인지 하고 그러는 건데 그걸 모르는 일본 소비자들이 평소대로 먹고선 나중에 클레임 전화를 걸어 오기도 했어요. 라면이 상했다고. 하하"

하지만 그래도 신라면은 밀고 나갔다. 아니 오히려 고가정책을 썼다. 이유는 바로 그 맵고 깊은 맛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란다. 또 21세기에 들어서면서 한류붐이 불었고, 김치, 고추장 같은 매운 한국식품이 일본인들에게도 알려졌다. 신라면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브랜드화에 전사적 노력을 기울였다.

"클레임에도 굴하지 않고 우리는 끓여먹는 타입이라는 걸 계속 홍보했죠. 그래서 처음엔 클레임이 들어왔어요. 처음엔 그냥 일본식으로 먹은 사람들이 이거 맛이 이상하다고. 같이 끓여먹어야 한다는 걸 계속 홍보하면서 가격차별화로 나갔습니다.
 
일본의 봉지면 5개들이가 5, 60엔하고 있을때 우리는 100엔으로 나갔죠. 지금은 80엔 정도하는데 우리는 120엔이예요. 그만큼 매운 맛에 자신이 있었어요. 우리 매운 맛은 깊고, 일본의 매운 맛은 톡 쏘는 매운 맛이니까. 한번 신라면의 매운 맛을 맛보면 계속 찾게 될 것이라는 믿음이었죠"

사내에서는 '신컵'이라 불리는, 신라면 컵라면은 97년부터 시작했다. 농심재팬이 이때 전방위적인 마켓 조사를 해보니 일본 소비자들 취향이 자극적인 것에 흥미를 가지기 시작했던 시기라고 한다. 80년대 1% 미만의 매운 맛 시장은 90년대 후반부터 늘어나기 시작해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약4%의 시장으로 커졌다.

"인스턴트 라면시장 매출규모가 지금 한 5천억엔 정도 되는데, 신라면이 해당하는 매운 맛 시장은 약 4% 정도 됩니다. 그러니까 200억엔 시장이지요. 우리가 지금 이 매운 맛 시장에서 10% 점유하고 있습니다.
 
매운 맛 시장은 사실 중국계, 한국계, 남아시아 이쪽이 있는데, 라면만 놓고 보면 중국계 탕탕면 같은 것도 있고, 카레 라면도 있고, 하지만 우리 신컵은 처음으로 컵라면 형식으로 냈죠. 선점해버린 겁니다. 선점하니까 우리가 기준이 되더군요. 일본의 가장 큰 라면회사 닛신 같은 데서도 우리 걸 보고 동가라시 컵라면 만들고 그랬으니까요. 신컵이 매운 맛 컵라면 쪽에서는 효시입니다"

하지만 아직도 배가 고프다. 10% 점유율이면 신라면으로 20억엔 매출을 기록하고 있는 셈인데, 농심재팬의 목표는 50% 이상의 점유율이라고 한다. 매출액으로만 보면 100억엔이다. 지금보다 5배나 많은 목표인데 과연 어떤 플랜이 있는 것일까.

마케팅부 양영모(36) 과장은 "다양한 광고마케팅 전략으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작업을 계속 해 나가고 영업망을 확충할 생각"이라고 말한다.

"지금 신라면의 유통망이 관동지역과 관서지역이 중심인데 이걸 이제 지방 군소도시로 확장시키려고 하는거죠.도쿄에서는 자주 보이지만 지방에 가면 솔직히 아직 신라면을 그렇게 많이 볼 수 없어요. 저희가 아직 커버를 못하고 있어서 앞으로는 지역 세그먼트에 집중하려고 합니다"

2009년 상반기의 광고마케팅 활동을 보면 앞에서 언급한 논스텝 버스 래핑광고와 쇼난 에노시마 해수욕장 도배, 그리고 하네다 공항 카트 외에도 표적지역을 선정해 TV CF를 내보냈다. 미야기, 이와테, 아오모리, 아키타, 야마가타, 후쿠시마등 지금까지 신라면의 인지도가 낮았던 지역 중심이다. 또 퍼시픽 리그의 인기구단 라쿠텐 이글스의 백넷 LED 광고(포수 뒷편, TV중계시 가장 광고효과가 높은 곳)를 넣었다.

가을부터는 수도권, 간사이권은 물론 홋카이도 지역을 새롭게 공략하고 특히 11월에는 '시부야 잭킹'이라는 거대한 프로젝트를 세워놓고 있다. 또 겨울에는 스키장과 연계한 판촉영업활동에 돌입한다. 그런데 이런 중구난방으로 보이는 다양한 광고전략 및 영업활동에도 확고한 기조가 있었다.

"신라면을 가장 잘 아는 사람들은 누굴까라는 일종의 인지도 조사를 해보면 30대 주부가 가장 많이 나와요. 그래서 30대 주부들이 많이 찾는 곳. 이토요카도, 세이유, 마루에쓰등 대형할인마트 1위부터 5위까지 신라면을 일단 들여놓습니다. 우리 영업전략은 넘버원을 공략하는 겁니다. CVS(컨비니언스 스토어)라면 세븐일레븐을 공략하는 거고, 대형마트는 이토요카드, 세이유 같은게 되는거죠. 일종의 선택과 집중인데, 우리 영업력이 아무래도 일본 대기업에 비해선 딸리니까, 일단 넘버원을 뚫자는 것이죠"
 
▲ 인터뷰에 응해준 농심재팬의 이용재 영업부장(오른쪽)과 양영모 마케팅부 과장    ©이승열/JPNews
 
그리고 브랜드로서의 신라면을 서서히 알려나간다. 브랜드의 중요성을 이용재 부장은 이렇게 설명했다.

"김치가 대표적인 예지요. 김치가 들어온지 벌써 20년이 넘었는데, 맨날 한다는 게 가격경쟁 뭐 그런 겁니다. 김치하면 어떤 브랜드 떠오르냐 그러면 사실 아무것도 없어요. 요즘 종가집 김치가 잘 하고 있습니다만 김치라는 게 정말 그렇게 정착되고 유명하고 모든 사람들이 다 아는데도 아직 제대로 된 브랜드가 없다는 거 이거 심각한 겁니다.
 
 이것 물론 시간도 많이 걸리고 힘든거 압니다. 우리도 엄청나게 힘들었어요. 처음에 신라면 했는데, '신(辛)'을 어떻게 읽어야 할 지 사람들이 모르는 거예요. 카라 라면? 쯔라 라면?  오죽하면 봉지를 들고 슈퍼에 와서 이거 달라고 한 사람도 있을 정도니까요"

"우리도 브랜드 정착시키려고 정말 고생했습니다. 하네다 공항에 카트부터 해서 매년 여름에 쇼난 에노시마 해변에 좌악 도배하고, 겨울에는 니가타 스키장 이런 쪽에 신라면 간판 부스 설치하고. 매운 맛이란게 여름과 겨울에 잘 나가거든요. 해수욕장, 스키장 딱 신라면 그림 나오잖아요. 또 가족들 단위로 젊은 사람들 오고. 겨울되면 니가타 스키장 옆의 세븐일레븐에서 연락이 와요. 신컵 좀 대량으로 넣어 달라고"

신라면의 이런 노력이 결실을 얻었던 것일까? 인터넷에서의 신라면 인기는 대단하다. 일본 최대의 커뮤니티 사이트 믹시에서는 신라면 팬클럽이 생겼고, 회원이 무려 2500명이다. 이 커뮤니티에선 매일같이 새로운 레시피가 올라오고 있다. 또 이런 팬클럽은 실제로 오프라인 모임을 가지기도 한다.

"신라면 팬클럽이 있어서 오프라인 모임도 가집니다. 얼마전에 두번째 모임이 있었는데, 우리도 같이 시식도 하고 회식도 하고 했죠. 그분들은 인터넷에서 신라면으로 만난 건데 '신라면 정말 맛있다', '신라면 최고!', '사랑한다! 신라면'등의 말들을 판넬에 적기도 하고 그럽니다. 사실 신라면의 매운 맛에 적응하면 김치 생각나고, 다른 한국음식도 먹게 되고 그런 거 아니겠습니까? 한국음식 알리고 애국한다는 마음에서 저희들도 열심히 하고 있는거죠"

농심재팬은, 앞서도 말했듯이 매운 맛 라면시장의 50%이상 점유율이 현재 목표다. 매운 맛 시장은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기 때문에 절대적 수요량이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신컵'은 2008년 8월 현재 용기에 넣는 면류 라면 523개중 27위를 기록했다. 매운 맛 종류에서는 1위다. 또 봉지라면 신라면은 봉지면 373개에서 23위에 랭크됐고, 역시 매운 맛에서 1위를 기록했다.

매운 맛 시장에서 이미 발군의 능력을 발휘하고 있는 신라면이지만 이들의 목표는 50%이상의 점유율이다. 이를 위해 신라면 브랜드를 알리기 위한 작업들, 이를테면 지역의 영업망을 확충시키고, 광고홍보 전략에 온 힘을 쏟아 넣을 것이라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취재를 끝내면서 개인적으로 궁금했던 것을 물어 보았다. 사실 본 기자도 신라면을 자주 먹는데, 먹을때 마다 한국에서 먹었던 맛과 조금 다르다는 느낌이 든다. 이 느낌은 JPNews의 다른 직원들도 마찬가지였다. 이 부분에 대해서 질문하니, 이용재 부장이 호탕하게 웃으며 이렇게 대답했다.

"그런 말들이 많은데 맛은 같습니다. 이게 참 선입견이 무서운 건데, 포장지가 다르다고 맛도 다를 거라는 건 선입견이고요. 다 똑같은 맛입니다. 그러니까 전세계 어딜 가더라도 걱정없이 신라면 드십시오. 하하하"

▲ 신라면 팬클럽 회원들과 가진 오프라인 모임에서 팬클럽 회원들이 써 준 격려의 글들 ©이승열/JPNews

▲ 사무실 한켠에 전시돼 있는 신라면들. 빨간색이 강렬하다   ©이승열/JPNews
 
▲ 일본, 신라면 광고 버스     ©야마모토 히로키/JP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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